선운산은 언젠가 가야할 마음속의 숙제로 남아 있었는데 드디어 그 기회가 생겼다.
연차보상금도 주기 싫다고 강제로 소진을 하라고 몰아 부치는 직장.
이리저리 눈치보며 연차 내놓고 근무하기를 은근히 바라는 직장.
하지만 난 그렇게까지 눈치보며 일하기는 싫다.
휴가는 어디까지나 내 사유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선운산 도솔제>
가을의 중심에 든 10월14일 금요일 한산한 도로를 달려 남으로 남으로 내려간다.
고속도로를 달릴때는 흩뿌리던 가을비가 선운사 주차장을 내릴 즈음에는 제법 줄기를 세운다.
주차료를 내고 선운사를 진입한다는게 멋진 숲길을 차로 지나치는 꼴이다.
결국 도솔암 입구의 도솔제라는 작은 연못가에 차를 멈춘다.
<도솔암 가는 나무다리>
비는 내리지만 그리 싫지 않은 비다.
우의를 입어도 되고. 안입어도 무난할만큼의 비가 내려준다.
이런때 이 먼길을 선뜻 동행해준 친구가 고맙다.
도솔천 오르는 산길은 잘 도배된 가을 벽지이다.
다만 물이말라 사천이 된 계곡이 아쉬울 뿐
<진흥왕이 수도를 했다는 전설이 있는 진흥굴>
도솔암을 오르다 보니 계곡으로 나있던 등산로가 비포장 차도와 만나게 되고 길 오른쪽으로 이내 이런 굴이 보인다.
TV화면이나 여행책자에 많이 소개되어 이제는 눈에 익어버린 진흥굴.
신라 진흥왕이 수도를 했다는 전설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그 머나먼 서라벌의 왕이 아무리 통일 후의 이야기라지만
이곳까지 와서 수도를 해야 했는지..
그냥 돌아보자. 그 연유를 파보려면 역사학자가 되었어야지 한낯 여행자의 몸으로 너무 발칙한 생각 아닌가?
이 굴이 얼마나 깊숙한지 안으로 들어가 보는데 길이는 아무리 깊어도 5미터 정도밖에 안된다.
그 안에는 누군가 양초를 태우며 소원을 빌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진흥굴 앞의 반송-장사송>
진흥굴과 함께 자료에서 많이 보아왔던 장사송이다.
장사송 비슷한 소나무들을 많이 보아왔는데 반송이라는 것이 소나무 중에 양반이라는 이야기인지..
비석에 음각된 필치가 장사송만큼이나 양반스럽다.
진흥굴 가는 길 풍경
<도솔암에서 본 낙조대>
저 희미하게 보이는 바위 봉우리까지 올라야 하는데 우천으로 무리인듯 싶다.
<도솔암 동당(東堂)>
대웅전을 중심으로 동쪽에는 동당이 자리하고 있고, 서쪽에는 西堂이 최근에 지어진 모습이다.
<도솔암 약수>
나무 뿌리쯤에 있는 돌에서 나오는 약수가 신기하다.
운무에 가려진 산정이 신비롭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도솔천 내원궁 입구>
저 이상한 모양의 차가 도솔암 전용 작업차 같기도 하고..
<도솔천 내원궁>
급경사의 바위계단을 오르니 도솔천 내원궁이라는 현판이 붙은 자그마한 법당이 있다.
수해의 염려가 없는 바위위에 지어서인지 바로 주축돌을 놓고 기둥을 세운 모습이 특이하게 보인다.
이날 이곳에는 천안의 한 불교단체에서 온 불자들이 오백명 가량 올라 상당히 붐빈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보니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부가 보습을 드러낸다.
<마애불상>
자료에서 접한 이후로 이 불상을 참 많이도 그리워했다.
그 그리운 이를 드디어 오늘 상봉한다.
불상 앞에는 수많은 이들이 모여 다소 어수선한 모습이지만 아래 설명문에 적힌 내력을 읽으며 마음속에 역사를 되새겨 본다.
<야생녹차밭>
불상 아래의 경사면에는 야생차밭이 있다.
이 차밭과 어우러진 상사화가 어우러진 풍경은 어떠했을까?
그 풍경은 이제 상상으로만 그릴 수 있기에 내년의 방문을 약속하는 수 밖에..
내려오는 길 도솔암에서 앞산의 풍경을 되새기며.
내려으는 산길은 적당히 물들어가는 단풍으로 무료할 여유가 없다.
친구와 이야기 하며 걷다보니 또다시 도솔제이다.
도솔제
도솔제에 거꾸로 선 단풍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선운사 극락교>
선운사로 향하는 극락교도 빗물에 젖어있다.
석등 뒤의 만세루가 이채롭다.
보통의 만세루를 기둥을 높다랗게 받쳐서 방문객이 그 아래를 통과하도록 하였는데 이곳은 그냥 땅바닥에 지어진 모습이다.
감로수는 담아래 배치하여 통행에 불편을 줄여준 지헤가 돋보인다.
저 배롱나무는 어디에 서 있어도 어여쁜 나무이다.
석탑과 배롱나무가 어우려져 더욱 운치있는 산사의 대웅전
세월의 흔적인가..배롱나무에 달린 혹이 세월을 말해준다.
절 뒷산에 있는 동백나무 숲.
이 숲도 내년 봄에 다시 오라고 유혹을 한다.
비내리는 가을날.
아주 특별한 하루 휴가를 보냈다.
휴가라는 것이 집에서 쉰다는 뜻이지만 그저 무료하게 쉰다고 해서 피로가 풀리겠는가?
이렇게 산천을 주유하며 피로도 풀고 스트레스도 날려 버리는 것이 진정한 휴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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