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는 자리
너 있던 자리
고개들어 하늘을 보면
사선으로 비행하는
황새들의 날렵한 몸 짓
간 밤
뇌우에 씻긴 산천이
적당히 용해된 물위에
또 다른 세상이 채색된다.
질경이 꽃대궁이 얼마나 길다고
박주가리 덩쿨은
네 바퀴 반이나 감고
올라갔을까.
논에 나는 피는
예가 제집인양 오히려
더 의젓하다.
여뀌
바랭이
비루먹은 쑥
개망초
그리고
이름을 알지못할 수많은 생명들..
저 수많은 미물에게도
제각각의 이름이 잊을진대
너에게도 이름을 붙이자.
너 그리움이라 칭한다.
이유를 알지못할 갯버들의 끊임없는 태질
짙어지는 산 그림자
네 자리는 그렇게 저물어 간다.
낮 술 취한 가막산이
물위로 길게 드러눕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