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짧은글 모음

技川池-2

대청마루ㄷ 2005. 7. 9. 11:48

너 없는 자리

너 있던 자리

 

고개들어 하늘을 보면

사선으로 비행하는

황새들의 날렵한 몸 짓

 

간 밤

뇌우에 씻긴 산천이

적당히 용해된 물위에

또 다른 세상이 채색된다.

 

질경이 꽃대궁이 얼마나 길다고

박주가리 덩쿨은

네 바퀴 반이나 감고

올라갔을까.

 

논에 나는 피는

예가 제집인양 오히려

더 의젓하다.

 

여뀌

바랭이

비루먹은 쑥

개망초

그리고

이름을 알지못할 수많은 생명들..

 

저 수많은 미물에게도

제각각의 이름이 잊을진대

너에게도 이름을 붙이자.

 

너 그리움이라 칭한다.

이유를 알지못할 갯버들의 끊임없는 태질

짙어지는 산 그림자

네 자리는 그렇게 저물어 간다.

 

낮 술 취한 가막산이

물위로 길게 드러눕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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