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짧은글 모음

궁평포구에서

대청마루ㄷ 2005. 7. 10. 18:22

고깃배 지나간 자리마다

포말로 부서지는 물 알갱이들

 

그리움 알알이 박혀

먼데산이 흐려 보이는건

안개 때문일 것이다.

 

방파제 기대어 녹슬어가는 닻이

퇴역군인의 쓸쓸한 어깨만큼이나 쳐져

갈매기의 배설물이 한 점 위로나 될까?

 

밀물과 썰물이 어디 바다에만 있으랴?

인간사 마음의 오고감도 필시 저럴지니

그렇다면 차라리 썰물이 없었으면 좋겠다.

 

가슴 한가득 채워져

비워짐이 없는 포만감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썰물이 없으면

덮었던 자리 기생하던 그리움따위

그 누가 알까보냐

 

지우려하면 더욱 선명해지는 자욱에

화들짝 놀라는것이 그 몹쓸 그리움인것을...

 

바다에 서면 화면이 넓어서 좋다.

저 공간이 화면이라면 품격있는 한편의 영화를 보고

저 공간이 화선지라면 거침없는 손놀림으로

나만의 세계를 그려보고 싶다.

 

장딴지 차오르는 조수에

호들갑 떠는 조무래기들과

호객을 하는 좌판 횟집 아줌마들의 넉살과

해수병에 찌든듯 연신 기침소리를 내는

늙은 갈매기의 괴성까지도

여유로운 오후

전화라도 왔으면 좋겠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섬들과

내용을 알지 못하는 대화를 하는시간

그 대화보다도 더 선명하게 들려오는

음성이 있었으면 좋겠다.

 

농염한 늦여름의 햇살이 쏟아지는 바다.

저절로 익어가는 그리움.

 

통통배의 나즉한 속삭임.

배부른 갈매기의 밀어.

또 하나의 그리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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