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긴글 모음

매향리 바닷가

대청마루ㄷ 2005. 7. 14. 10:49

매향리 하면 우선 미군 사격장이 떠올려 지는건

우리 현대사의 어쩔 수 없는 비극이련가.
좋은이와 함께하는 매향리 행에는 미군기의 굉음도 없고

섬을 녹이는 폭음도 없었다.

잘 닦여진 포도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행렬과

두엄을 내는 경운기의 거친 숨결이 도열하는
농촌길의 여유로움이 들뜬이의 가슴을 달래줄 뿐..

한 때 화성경제의 지렛대 역할을 해 주었던 기아자동차 공장의

광활한 들판을 왼쪽에 두고 남으로 향하니
화옹방조제 선착장을 알리는 푯말이 보인다.
푯말을 따라 오른쪽으로 기수를 돌리면 이내 나타나는 양분된 바다.
그 오른쪽은 물기가 말라 흡사 사막을 연상케 하는 육지가 된 바다.
그 왼쪽은 말라가는 오른편 바다가 그리워 무시로 둑방을 보채는

선이 곧게 잘려버린 바다.

집채만한 바위들의 무리와 그 아래 잘 쌓아놓은 축대를 훔치며

아직 포장이 안된 둑방길을 달린다.
바다야 잘려나가 피를 흘리건,자연이야 인간의 우매함으로 신음을 하건말건

말없이 짓푸른 물결만이 무심하다.
인간들은 참으로 크나큰 둑을 바다 가운데에 쌓아 놓았구나.

한참을 달리자 바다쪽으로 내어민 방파제가 보인다.
이곳에 둑을 쌓기 전에는 제법 먼 바다였을 법한곳이 또 다시 바닷가가 되고

곧게뻗은 해안선에 또 다시 바닷쪽으로 돌출시킨 선착장.

그곳엔 어김없이 코를 간지르는 먹거리가 존재한다.
열심히 무언가를 실어 나르는 보트들과

도시에서 마실나온 자동차들과 줄지어선 횟집들.
곱상한 아줌마의 호객에 못이긴척 자리를 잡는다.
아직 조개구이를 먹어도 괜찮을까?
그래도 주머니가 가벼운 우리들의 영양식은 역시 조개구이지.

소주 몇잔에 녹아드는 조개들의 주검.
짓푸른 바다위를 노을이 도배한다.
이럴즈음 갈매기의 날개짓이 빠져서도 안된다.
먼지없는 봄 하늘이 그렇게 저문다.
하늘과 바다가 그 색을 섞을즈음 우리는 또 다시 도시를 향해

발길을 돌린다.



***



바다.

대화 통하는 너와 함께라면

그늘없는 뙤약볕에 메마른 다리쉬어

한나절을 간수에 절이더라도

그대로 바다이고 싶다.



계절의 상처위에 딱지가 지고

그 딱지 떨어진 자리

또 다시 그리움의 진물이 흐르고

인생이 어차피 상처 투성이라면

누군가의 손길로

치유될 수도 있을 법.



노래 부르고 싶다.

음정없는 갈매기의 울음이나

돌자갈 보채이는

파도의 소란이더라도

적당한 가락으로

어깨라도 들썩거려 보고싶다.



고단한 어깨위로

석양이 스민다.

물빠진 갯펄위에

뻘게들의 구멍만이

무수하다.



구멍난 가슴처럼..

 

***요즘의 풍경은 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