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향기

상왕산 개심사(象王山 開心寺)

대청마루ㄷ 2005. 11. 12. 23:45

서해안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거리는 가까워졌으나

호젓한 여행은 하기가 어렵게 된 서산과 당진 등 부드러운 산하.

4차선으로 확,포장 되기 전의 2차선 도로를 따라

수원에서 발안을 지나 안중과 포승을 거쳐 아산방조제를 건너면

상습 정체지역인 그 악명높은 인주 사거리를 지나게 되고

고 박대통령의 마지막 역사가 숨쉬는 삽교 방조제를 건너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여행하던때가 더 좋았다는 생각도 하게되는게 무리는 아니지.

 

그러나 이제는 뻥뻥뚫린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순식간에 당진에 이르게 되고

그나마의 추억을 밟으려는 욕심으로 서산까지의 하이웨이를 사양한 채

당진땅에서 국도를 택한다.

 

▲ 구룡휴게소의 담벽에 치렁치렁 늘어진 단풍들

 

서산의 운산을 가기 전 구룡휴게소는 년전에 건축대상을 받은 아름다운 휴게소였다.

지금은 대다수의 손님을 고속도로와 신도로에 빼앗겨 겨우 명맥만 유지 하지만

난 아직도 이 길을 달릴때면 꼭 이곳에 내려 아담한 휴게소와 눈인사 정도는 건넨다.

 

 

 

휴게소 건물은 세월에 초라해졌지만  앞마당의 느티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당당해진다.

우리네 인생도 저러했으면 얼마나 좋을꼬..

하긴 인간이 사악해지기 전 그 옛날에는 몇백년도 살았다고 하지 않은가?

 

 

 

운산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잡으면 서산 마애석불과 개심사를 볼 수 있다.

마애석불을 보려면 또 다시 좌측으로 가면되고

개심사를 가려면 해미쪽으로 직진을 하게된다.

오늘은 떠나가는 가을을 잡으러 개심사를 쫓아가 보자.

 

년전에 갔을때는 그야말로 초라하던 절 입구가

이제는 제법 규모를 갖춘 상가로 변모하는 중이다.

산사 입구에 가면 으례 난전을 펼치고 호객을 하는 잡다한 물건들은

어느곳이나 대동소이 하다.

 

다만 개심사 입구의 단풍빛이 단아하기에 한장 담아둔다.

 

 

 

종류를 알지 못하는 활엽수에 흥부네 식구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들이 탐스럽다.

 

 

 

 

 

개심사는 절 중에는 그 규모가 보잘 것 없이 작은 절이다.

하지만 절 이름에서 풍기듯이 開心을 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의연한 목백일홍이다.

 

경주의 안압지를 떠오르게 하는 연못가에 버티고 선 이 나무가 올때마다 마음에 드는 것이다.

 

 

 

이 나무의 뒤에 보이는 누각이 범종루이다.

 

 

 

개심사를 마음에 들게하는 두번째 이유가 바로 이 자연친화적인 기둥에 있다.

곧은 나무를 또 다시 대패로 다듬어 반듯하게 만든 여타의 건물들과 비교가 되는

이런 기둥은 비단 이 종루에만 사용된게 아니다.

 

 

 

절의 요사채 등 다른 건물들도 이렇게 자유분방한 모양으로 지어져 있다.

 

 

 

깊어가는 가을을 마시며 납작 엎으린 앉은뱅이 단풍과 고목이 산사의 풍광에 정다움을 더한다.

 

 

법보루라던가..대웅전 맞은편의 건물의 열려진 창문을 통해서 본 범종이 가을 햇살에 익어간다.

 

 

가을 햇살에 익어가는건 그뿐만이 아니다.

세월에 늙어간 고목이나 썩은 등걸에서 다시금 피어난 새싹까지도..

 

 

이 해학적인 건물 안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 보는 산객.

 

 

문이없는 화장실이 이채롭다.

과연 이곳에서 누가 용변을 볼까?

이런 의문이 들지만 아래를 보면 분명 인분이 쌓여있다.

 

 

그나마 남자용은 트인 상태에서 사방 방향을 다르게 앉아서 용변을 보는

말하자면 절 표시의 형태이다.

 

 

 

 

 

 

이 절의 농사도구 창고로 쓰이는 돌집이다.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으로 풍요로워 보이는 약호박

 

 

노송의 기상은 그 껍질에 나타나는가 보다.

우람한 덩치를 지탱해 주는 껍질의 기하학적인 문양

 

 

 

 

절 앞의 이름모를 저수지이다.

 

이곳은 서산목장이라고 불리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목장이 둘러쳐 있는데

아마도 그 목장과 함께 건설된 저수지가 아닌가 싶은데

순전히 나의 추리이다.

 

절의 규모가 작은데에다 들어가지 말라는 곳이 많아서 아쉬움이 남지만

고즈넉한 분위기와 진입로에 잘 어우러진 소나무와 산죽(조릿대)의 가을이야기가

나즈막히 들리는 듯 괜찮은 코스이다.

 

몇년 전 흰 눈이 덮힌 개심사의 겨울풍경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