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이 그렇게 무서운 줄 몰랐었다.
아들의 행동에서 막연하던 그 우려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걸 느끼면서도
아니겠지..아니겠지..
애써 부정하면서 이제까지 무정하게 흘러버린 세월속에 그 중독증은 중병이 되어버렸다.
1990년도 쯤 되나보다.
286컴퓨터가 주종을 이루고 있던 시절에 거금 300만원을 주고 구입한 컴퓨터.
그때만해도 이제 커나는 아이들은 컴퓨터를 모르면 살아가기 힘들거라고 정부에서도 공공연
강조할 정도로 컴퓨터 사용을 장려하던 때였다.
이제 막 말 배우기를 시작하던 아이가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것 조차도 귀여워 보이는 것이다.
그러던 아이가 커가면서 내성적으로 변하더니 드디어 내게 반기를 들던때가 있었다.
아이가 중학교 3학년 때이다.
집에 손님이 왔는데 거실에 있는 컴퓨터에 붙어 게임을 하던 아이에게 방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라니까 곧바로 말대꾸를 한다.
그것도 상투적으로 쓰는말이 아닌, 다분히 전투적인 말투로..
순간 머리가 띵해오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절망감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손님으로 온 내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이의 방으로 가서 방금 너 무슨말을 했냐고 하니까
말도 못알아 듣느냐고 대든다.
순간 거의 이성을 잃어버린 나는 아이에게 호되게 매질을 했다.
그런데 이놈은 그렇게 맞으면서도 빌거나,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거다.
더욱 황당한 일은 아내까지 아이편을 드는 것이다.
아이가 제대로 성장 하려면 잘잘못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하는데도 혼내는 아빠만 나쁘고
대드는 아이는 정상적이라는 것인가?
그 일이 있은 후로는 늘상 대드는 아이와 또 그에 못지않은 아이 엄마의 억지에 싸우기 싫어
방관을 하는 생활이 계속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 아이는 게임중독자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중독자...
그리고 그 아이의 엄마는 이제 후회를 하고있다.
어느 누구의 말도 듣지않는 안하무인의 게임중독자...
대입 수능시험을 보는 날까지도 게임을 하고,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 보다
방안에 틀어박혀 게임에만 몰두하는 아이.
게임을 방해하는 그 어떤 요소도 적으로 간주하는 아이.
게임을 위해 모든것을 합리화 하고, 게임을 위해서는 부모의 존재가치마져도
필요로 하지않는 아이.
이를 치료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자료를 뒤지고
아이의 행동양상을 끝없이 살펴왔다.
그리고 얻은 나름대로의 결론이
게임중독자는
1. 자신만의 세계에 묻혀 남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2. 게임에 방해받지 않으려고 온갖 수단을 강구하고,따라서 철저히 혼자되는 것을 즐긴다.
3. 게임중독자는 내성적인 성격이 된다.(중독되기 위해서는 내성적이 되어야 한다.)
4. 반항적이고 공격적이다.(게임을 통해 얻어진 그들만의 진리이다.)
5. 부정적이다.
6. 독불장군이다.
7. 게임을 하기위해서는 어떠한 거짓말이나, 속임수도 마다하지 않는다.
8. 도덕적,보편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
9. 학교에 가는것은 게임을 하기위한 합리적인 수단으로 여긴다.
10.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
거실에 놓여있는 컴퓨터 책상을 제 방으로 옮기려는 아이와 그를 말리는 엄마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아이가 어떤 변명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는지 볼려고 말리지 않고
두고 보는데 할말이 없어지자 욕설을 한다.
내가 망치로 모니터를 부수고 나서야 잠잠해진다.
3,4년 전 내가 말리던 때에 내게 협조를 했으면 저렇게 까지는 되지 않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