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미사가 끝난 후 친한 교우들과 외식을 겸한 산행을 하였다.
산행지는 경기도 평택과 안성의 경계를 짓는 고성산이고, 외식은 그 산 너머에 있는 '별난 버섯 매운탕' 집이다.고성산은 해발 오백미터도 안되는 나지막한 산이지만 안성과 평택 시민들에게는 사랑받는 산이다.
평지만 있는 평택과 안성에서는 그나마 보기드문 산다운 산이라는 점도 있지만, 일제치하에서 온 민족이 비폭력으로 궐기한 3.1운동이 불길처럼 타올랐던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평택에서 이 산을 넘어 안성으로 가는 고개를 만세고개라고 한다.
이는 3.1운동 당시 이 고개에서 만세를 불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조병화 시인이 쓴 '이 만세소리'라는 시를 읽고있는 일행들>
사실 이 고성산의 등산에서는 볼꺼리가 별로 없는것이 단점이다.
두번의 깔딱고개에서 삶의 찌꺼기를 땀으로 배출하고 나서 정상에 올라 물한잔 마시면서 너른 평택과 안성의 들판을 보는걸로 만족해야 한다.창진산장이라고 이름붙여진 고갯마루의 휴게소에 여름이 오면 작은 분수대 앞에 마련된 간이무대에서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를 골바람 맞으며 감상하는 맛도 이 겨울에는 그저 희망사항이다.
고개 정상에 어울리지 않게 3.1만세 기념관이라는 거대한 시설을 지어놓고 입장료를 징수하는 안성시의 행정이 이해가 안되는게 우리 일행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농협 쪽 시장 입구에서 호떡을 파는 아주머니이다.인터넷에 올릴거라니까 이쁘게 찍어달라고..거기서 더 이쁘면 사고나겠다고 농담을 하고 호떡을 한개씩 사 들었다.
머리가 반백이 된 중년의 남녀들이 호떡을 입에문 채 시장거리를 활보하도록 우리나라도 서구화가 되었다는 증거이다.그래서 우리의 발길은 오랜 전통을 가진 안성장으로 향한다.
보도블럭에 난전을 펴고 야채꺼리를 파시던 할머니.
사진을 찍고 돌아서는데 기어이 다가와 물으신다.'우리가 무슨되가 있길래 사진을 찍느냐'고..
아마도 단속반인줄 착각하시는 모양이다.그레서 안심 하시라고 일부러 메일묵과 청국장을 사 드렸다.
나는 재래시장에서 밑반찬을 보면 조금씩 이것저것 사 오는 일이 많다.
아내의 반찬 솜씨가 없어서가 아니라 가끔씩 외식을 하듯 남의 솜씨로 입맛을 고칠 필요가 있기에..
양성고개를 오르기 바로 전 양성면사무소 마을에서 보기드문 광경이 있기에 차를세워 찍어둔다.
무속인들이 굿을 하는 중인데 이 굿이 끝나니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안으로 들어와서 차한잔씩 마시고 가라고 권유를 한다.
호기심이 많은 나는 그러고 싶었지만 일행중에 무당집을 싫어하는 이가 있어서 아쉽지만 가던길을 재촉해야 했다.우리말에 '굿이나 보고 떡이나 얻어먹어라.'는 말이 있다.그만큼 굿을하면 먹을꺼리가 많다는 뜻이다.굿을 할때는 과일이나 떡도 최상품을 쓴다.그리고 큰 굿일수록 음식도 푸짐하고 구경꾼이 많을수록 좋아한다.
굿을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미신이나 우상숭배로 치부만 할 일이 아니라 우리의 고유 풍속을 계승하는 사람들로 볼 필요도 있다.
구경을 마친 우리는 만세고개의 양성면쪽 입구에 있는 '별난버섯매운탕'이라는 식당에 들러 이른 저녁을 먹었다.이 집에는 매번 가면서 느끼는 점인데 '그렇게 맛있는 음식'은 아닌데 이상하게도 손님이 넘쳐난다는 것이다.점심시간에 가면 그야말로 줄을 서야한다.우리가 간 시간은 오후 4시 반쯤이라 식사시간도 아닌데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
그저 버섯을 충분히 넣고, 시뻘건 고추장으로 만든 국물이 시커먼 뚝배기에서 부글부글 끓고있는 다분히 공포스러운 육게장이 주는 묘한 매력때문에 나 역시 이곳의 단골이 되어있으니 이집 단골들의 취향이 나와 별반 다를게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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