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산행일지

수줍은 봄꽃의 연가 - 지리산 산수유

대청마루ㄷ 2006. 3. 25. 21:19

나는 참 복도 많은 놈이야...

조상님들의 합동제사를 어찌 그리도 이 좋은 계절에 맞추었는지.

물론 내 뜻은 아니지만 말야.

이 좋은 계절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께 고마워 해야하나?

아니면..그 할아버지의 기일을 합제일로 결정한 장조카에게 고마워 해야하나..

 

 

섬진강의 봄소식은 구례의 산수유로부터 비롯된다.

물론 매화가 봄의 전령이라지만 내가 가는 행로로 보면 산수유가 단연 선두이기 때문이다.

구례 산동면의 산수유 마을의 시작을 알리는 탑동마을 입구의 돌 문패가 이리도 반가운 날이다.

 

 

산수유 가공공장 뜨락에 방치된 발동기까지도 반가운 날이다.

저 그림 하나만으로도 추억이 아름다울 수 있음이 행복하다.

 

 

지난겨울 폭설과 혹한에 대나무 잎사귀는 푸르름을 잊었고, 노오란 수줍음으로 주위를 감싸는

산수유가 비탈논의 파아란 잡초와 대비된다.

 

 

산수유 마을의 맨 윗동네인 상위마을의 청정수이다.

조롱박으로 한잔 퍼마시면 하늘빛으로 취해 옛 시조라도 한 수 나올법한 풍경.

 

 

섬진강의 봄빛은 노란 색깔이다.

억지가 아니라 적어도 상위마을의 봄빛은 정녕 그러하다.

가까이 가면 환상이 깨어질까봐 이번만큼은 멀리서 바라본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고샅에 이는 바람도 노오란 빛이다.

수천의 돌무더기로 세월을 이겨온 담벼락도 노오란 봄볓으로 속삭인다.

 

 

인적이 끊겨버린 나이든 고샅.

사람의 발길이 소원터라도 어찌 자연의 흐름까지 막을 수 있을손가?

 

 

하늘 우러른 그곳에도 절제된 노란 빛으로..

 

 

생명의 근원인 땅을 보아도 또한 노오란 빛으로..

 

 

그들은 그렇게 속삭였다.

봄은 노오랗게 우리 가슴속에 스며 들었다고.

 

 

네가 아이어도 우린 그렇게 찾아왔다고..

네가 아니어도 우린 그렇게 스며들었다고...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