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산행일지

여름이 농익는 관악산 홀로산행

대청마루ㄷ 2006. 6. 3. 21:13

주말을 그냥 보내기엔 흐르는 시간이 아깝다.

언제부턴가 토요 휴무제로 변하면서 이 아까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는 고민도 했었는데

이제부터 산행에 촛점을 맞추기로 했다.

주변의 지인들은 토요휴무와 무관한 이들이 많아 그들과 보조를 맞출 수 없고, 또 맞추더라도

가족들과 행동을 함께 해야할 그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이제부터 홀로산행을 하기로 했다.

단체산행이건 홀로산행이건 그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으니 단체산행을 합창에 비한다면

혼자서 떠나는 산행은 독창에 비할 수 있지 않을까?

▲ 과천향교와 나이드신 느티나무

 

오늘 산행지는 그동안 여러 사정으로 격조했던 冠岳山으로 정했다.

관악산 주차장에서 향교에 이르는 길은 초여름의 신록으로 우거지고, 길 가에는 깔끔하게 조성된

화단에 온갖 화초들을 심어놓아 산객을 즐겁게 하는일에 소홀하지 않음이 고맙다.

 

 

오랫만에 찾은 과천쪽 관악산은 공사로 온통 북새통이다.

그냥 두어도 불편하지 않을 산길에 무엇하러 큰 돈을 들여가면서 저런 공사를 벌이는지 나같은

소 시민으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런 산길만이라도 인공을 가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두자는 것이 나의 바람인데..

 

 

계곡에 발을 담그면서 찍어본 사진이다.

우거진 숲은 염천의 화기마저도 꺾어버린다.

이래서 우리는 자연을 찾는 것이다.

계곡을 흐르는 물은 얼음물보다도 시원하다.

 

 

연주사로 오르는 계단이 시작되는 곳 오른쪽 계곡의 커다란 나무가 꺾여있었다.

저렇게 꺾인채로도 가지에 잎사귀가 살아 있으니 그냥 두었으면 좋겠다.

 

 

▲ 연주사 요사채 앞의 수백년 된 느티나무가 사찰측의 관리소홀로 몇년전부터 죽어있다.

 

연주사에 오를 때마다 내 속을 상하게 하는 느티나무의 주검이다.

해마다 길다란 가지를 내어 오가는 이에게 시원한 그늘을 선사하던 그가 몇년전부터 죽어있다.

지금 식당이 있는 커다란 건물을 지을즈음 저 나무 아래로 난 길에 축대를 쌓아 나무의 몸통을 채

워버렸으니 결국 이 나무는 숨통을 조인채 죽어간 것이다.

나무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그 생명을 지켜줘야 할 사찰에서 이런 어이없는 일이 일어남에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저 나무는 수백년의 세월을 이 높은 곳에서 온갖 풍파를 다 겪으면서 살아

오다가 우매한 인간의 폭행에 숨져간 것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연주암이라는 이름을 가진 암자였는데 이제 몇년사이 커다란 사찰로 발전한

연주사의 요사채이다. 이 건물에서 산객에게 공양을 주다가 이제는 건너편에 새로 지어진 현대식

건물에서 공양을 준다.12시부터 2시까지인데 난 10분이 늦어서 그만 굶어야 했다.오호통제~~

 

 

▲ 연주사와 기상레이더

 

항상 불사중인 대웅전의 모습이다.

요사채의 지붕은 이미 동기와로 덮혀있고, 이제는 대웅전을 갈아입힐 참인가보다.

올린지 얼마안된 청기와가 아까운 생각이 든다.

어느날엔가 관악산 입구에서 나도 기와 두장을 날라다 준 기억이 새로운데..

 

 

동기와 1장에 일만원씩을 공양 받는다는 내용의 접수대

 

 

군부대 막사로 쓰이던 건물이 어느날부턴가 영산전이라는 사찰 건물로 변해 있었다.

이 건물도 지붕을 동기와로 단장했다.

 

 

금륜보전이라는 전각이다. 이 건물은 대웅전 바로 뒤에있다.

 

 

영산전 뒤에 오르니 관악산의 상징이 되어있는 기상관축소의 레이더돔이 희게 빛나고 있다.

 

 

레이더돔을 찍은 후 뒤를 돌아보니 kbs송신소의 첨탑이 위압적인 인사를 한다.

 

 

▲ 선인들이 저 바위를 불길이 치솟는 형상이라 하여 관악산을 火山으로 규정했고,바위에 올려진

    건물의 왼쪽으로 치솟은 바위가 용마암(龍馬岩),그 바위에 기대 지은 건물이 18나한을 모신

    응진전(應眞殿)이라는 암자이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이성계의 건국설화가 간직된 연주대와 그 위 바위난간에 걸친 용마암이 반

긴다.참 단아했던 용마암은 어디로 가고 바위의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육중한 건물이 보인다.

왜 그렇게 크고 위압적인 건물들만 들어 서는가? 이 전의 용마암은 보존해야 할 건물로 알고 있는

데..

 

 

이곳이 해발 629m 관악산 정상이라는 글씨가 선명하다.이제 정상이다.

주말을 맞아 밀려드는 산객으로 정상부가 빼곡하다.

 

 

정상에서 본 레이더 돔과 그 뒷쪽의 송신탑이 선명하다.

레이더돔 옆의 뾰족한 바위가 이 산에서 가장 높은 셈이다.

 

 

정상에서 막걸리를 파는분의 후배로 휴일날 일을 도와주는 분이라는데 모자에 호랑나비가 앉기에 기념으로 찍은 사진이다.이 나비는 한참이나 떠나지 않고 주위를 맴돌다가 산객들의 모자에

앉는것이 특이하다.

 

 

차림새가 멋져 보이는 아저씨와 호랑나비가 어울릴 듯 해 한 컷 찍어 보았다.

 

 

아주 날개까지 활짝 펴 포즈를 취해주는 호랑나비

 

 

멀리 청계산 자락 아래 서울대공원과 과천 시가지가 어림될정도로 맑은 날씨이다.

 

 

청계산과 관악산의 호위를 받으며 여유롭게 자리를 잡은 과천은 복받은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하산 길 '아이스케키'를 외쳐대며 호객을 하는 상인의 재치에 이백원짜리 하드를 천원이나 주고

사먹어도 아깝지가 않았다. 역시 장사는 아이디어와 익살,유머가 큰 몫을 한다.

 

 

이 나무가 살아있었더라면 얼마나 멋진 풍경일까..

 

하산길은 구세군학교 뒤로 난 능선길을 택했다.

올망졸망한 바위로 이루어진 능선길은 그늘이 아쉽지만 지루하지 않고 특히 조망이 좋은것이

장점이다.

 

 

▲ 하산길 능선에서 바라본 레이더돔과 연주사. 연주사는 우거진 수림에 가려 지붕의 한쪽 날개만

   보여준다.

 

 

▲관악산의 공제선을 결정짓는 첨탑들.

 

 

저 큰 바위를 받쳐보겠다고 나뭇가지로 버팀목을 해 준 산객들의 재치와 유머가 빛난다.

혼자서도 웃을 수 있게 해 준 그들의 해학이 고맙다.

 

 

때론 적당히 가려준 풍경이 멋질때도 있다.

 

 

산객의 발길에 껍질이 벗겨 나가고 속살까지 드러나 반질반질 윤이나는 노간주나무는 그래도 죽

지않고 의연하게 살아간다.

 

 

90년대에 열심히 올랐던 공업진흥청 뒤의 암릉이 손에 잡힐 듯 하다.

이제는 휴식년제로 우리의 벗이었던 삼나무 밧줄도 삭아버렸으리라..

 

 

산에있는 어느것이 예사로울까.

저 소나무는 이 척박한 땅에서 또 몇백년을 저리도 의연했을까.

 

과천 시가지가 눈에 잡힐 듯 하니 이제는 속세가 가까웠나보다.

 

인생의 짐이 버거울 때

흠들여 올랐던 산을 기억하자.

그가 아무리 험하고 넢을지라도

언제한번 정상을 거부한 적 있더냐?

오르고 또 오르면 너른 자락접어

정성으로 모아둔 정상을 보여주니

우리네 인생도 그같은 목적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일이다.

 

정상에서의 막걸리 두사발에 흥얼거리며 걷는 하산길.

시간은 배로 걸렸으나 눈에 넣은것은 쏠쏠한 오늘의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