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빛깔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너의 빛깔일 것이다.
너무 화려하지도 않고
너무 밝지도 않으며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도 않고
너무 멀어져 가지도 않는
내가 마음 내려놓고
밤새 속삭여도 한사코 들어주기만 할
편한 미소의 빛깔.
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발트 빛이다.
너무 선명한 너는 눈이 부셔서 부담스럽다.
너무 어두운 너는 내 영혼 꽂힐 틈새가 없다.
아침 안개에 한줄기 햇볕이 들면
연한 미소로 수줍게 열어주는 너의 가슴.
나는 그래서 너의 가슴이 좋다.
연한 파스텔 톤의 코발트 빛
너의 가슴이 푸근해서 좋다.
여행이란 목적지가 없을 때 비로소 참 맛이 난다.
좋은이와의 좋은 대화로 떠나는 행로.
향기나는 대화가 이어지는 여행이라면 그 자체가 가장 멋진 여행이 아니던가?
歸路에 찾은 예당저수지는 나그네 지친발길 내려놓기에 충분한 가슴이 있었다.
도심의 찌든 땟국물을 토해내는 해수병을 잠재우기에 충분한 넓은 가슴이 있었다
그렇다.
여행이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좋은이와의 대화로 써가는 코발트빛 서사시도 좋고
호반에 잠긴 산하가 들려주는 연민의 서정시도 좋은 법이다.
내쳐 달리던 걸음 잠시 쉬었다가 맑은 강심에 찌든 마음도 던져보고
이내 말하지 못한 그리움의 편지도 써보고...
호수는 끝없이 받아주는 맑은 칠판과
써도써도 짜증내지 않는 지우개를 가지고 있었다.
참 고마운 날이다.
한풍에 수면이 얼어버렸던들 이 아름다운 산하가 반사된 풍경이 있었으랴?
이렇게 정확하고 어여쁜 대칭의 산하가 있었으랴?
여행은 목적이 없다.
물새 날개짓 멈추는 곳이 그들의 편안한 휴식처이듯
나그네 발길 멈추는 곳이 우리의 휴식처 아니던가?
맑은 물이 기다려 줘서 고마웠다.
세상의 온갖 시름을 적셔버릴 무한의 그릇이 있어줘서 더욱 고마웠다.
물새들의 날개짓까지 잠재워 버린 아침안개.
그 미세한 알갱이까지 사랑하자.
그리움에 목마른 나그네에겐 그들까지도 그리움이다.
호심에 뜬 물새한무리 평화로움이 시샘되어
조약돌 하나 집어던지니 호수는 순간 물새들의 날개짓으로
소란이 인다.
바다는 쉬임없는 바람으로 싱싱한 젊음을 주고
호수는 한없는 잔잔함으로 평화를 준다.
운무에 덮힌 저 먼곳의 풍경은 안개 걷히고 나면
금새 현실에 이르는 것을.
안개 한겹에 무한의 상상을 할 수 있는 인간임이 자랑스럽다.
한 수 싯귀로 이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할 수 있는 시인이라면
더욱 좋았을 시간이다.
못다한 그리움을 놓아둔 채 길을 나선다.
어차피 다 채우지 못할 망태기 아니었던가?
이제 잠들었던 생명이 태동하는 봄이면 다시 만나려나?
그 때 이 호수는 내게 무엇을 보여 줄까나?
그때까지 이 모습 변치말고 잘 있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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