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일기장

장조카에게영원한 안식을..

대청마루ㄷ 2007. 8. 29. 10:14

너무도 연로하신 부모님.

그때야 피임약이나 피임기구 같은건 없었다고 한다.

그저 생기면 낳는 수 밖에 없고, 자라다가 죽어도 어쩔 수 없는 일.

연로한 부모님의 막내로 태어난 나는 조카보다도 늦게 태어났다.

하기에 어릴적 조카들과 같이 자란 나는 조카들과의 추억 또한 많을 수 밖에 없다.

 

8월초.

급작스런 장조카의 부음에 충격을 받고 부랴부랴 고향으로 내려 갔었다.

한번 술을 마시면 제동이 안되는 장조카는 올해 57세인데 몇개월 전부터 술담배를

모두 끊었다고 들었었다.

헌데 근래에와서 한 열흘동안 연일 폭음을 계속 하더니 당일에는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강가에 천렵을 나섰다고 한다.

섬진강 상류의 다리 아래는 여름에 피서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 다리아래에 짐을 푼 시골 어르신들은 부녀회에서 정성으로 마련한 술과 고기와

음료를 드시고 각자 오수를 즐기거나 담소를 하는 시간이었다.

 

헌데 저 윗쪽에서 젊은사람(농촌에서는 50대도 젊은사람이다)이 물속으로 들어가더란다.

어른들이 손사래를 치며 부르고 말렸지만 어느새 가슴팍까지 물이차는 곳으로 들어가더니

순식간에 물속으로 사라지더라는 것이다.

50대가 젊은이 축에 드는 고령화된 농촌 사람들.

그 누가 젊은이 처럼 동작 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119에 연락하고 그들이 도착했을때는 너무도 늦은 시각이 아니었을까?

 

교각아래 조금 깊은 곳에서 인양된 시신은 물한모금 먹지 않은 모습이었다고 한다.

물속에 갑자기 들어가서 발생한 심장마비가 원인이었던 것이다.

참 건강하고 잘생겼다는 소리를 듣던 젊은시절.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여 30살이 넘은 아들과 그 아래 두 딸을 둔 평범한 가장.

술을 마시면 한이없고 술주사가 심해 술만 마시면 가족을 괴롭히던 사람.

 

정이 많아서 누군가가 집에 왔다가 갈때는 빈손으로 보내지 못하는 순수한 사람.

그 조카가 이제는 세상사람이 아니다.

지금 그는 시골 집에서 빤히 바라다 보이는 앞산 자락에 누워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