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산행일지

[스크랩] 비에 젖은 단풍이 여인의 고운 머릿결 같은 수락산행(2008.10.25)

대청마루ㄷ 2010. 3. 30. 18:20

 

 

가을비와 강풍에 떨어져 쌓인 낙엽이

다소 을씨년스런 날에

스물두명의 산우들이 모였다.

서울 북동부와 경기 양주를 나누는 화강암의 산줄기.

세속의 강을 건너 바라다 뵈는 도봉의 위용이 적나라하게 보여

더욱 아름다운 산 수락으로 우리 산우들과 함께 떠나본다.

 

 

 

산행은 즐거워야 한다.

산행은 새로워야 한다.

산에서 만나는 이는 모두가 반가워야 한다.

그리하여 그날의 산행을 행복이라고 이름할 수 있어야 한다.

 

 

 

오름길에 올려다 본 하늘이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어린아이의 울상이다.

하지만 맑으면 맑은대로, 젖으면 젖은대로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산이다.

 

 

 

 

 

 

 

참 빼어나게 수려한 얼굴을 한 산이다.

거대한 바위 덩이리가 견고하게 쌓여있고

그 틈새마다 치장을 한 수목들이

절제된 산수화를 그려내고 있다.

 

 

 

세속 저 너머로 비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바람 또한 그 속도를 더한다.

 

 

 

비가오면 오는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그것을 온몸으로 견뎌내며 영겁을 버텨온 바위와 소나무가 경외롭다.

 

 

 

수락 주봉이 빗물에 젖어가고 있다.

 

 

 

수락 주봉을 넘어 청학동으로 향하는 길은 그야말로 단풍의 잔치이다.

 

 

빗물에 젖어 채도를 더하는 단풍과 함께 걷는길은 말이 없어도 행복하다.

 

 

 

남자는 메트를 둘러쓰고, 여자는 일회용 우비를 걸쳤어도

부부의 산행은 아름다운 행로이다.

 

 

함께하면 즐거운 산행

홀로하면 행복한 산행

 

 

 

수억년 쌓인 이끼위에 더해진 단풍의 조화

 

 

수락산행 내림길의 산행은 분명 행복한 길이었다.

오만가지 생각을 함께 묶어 "행복"이라는 단어로 결론 지을 수 있는 산행이었다.

 

 

 

출처 : 4050초보산악회
글쓴이 : 마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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