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여행기록

홍도여행기(홍도에서-1)

대청마루ㄷ 2011. 7. 23. 08:30

 직장의 첫 근무를 대구권에서 시작한 나는 1985년에 수원으로 발령이 나 의지할 곳이 없었는데 

수원에서 근무중인 선배가 하숙을 하고있는 집을 소개받아 그집에  하숙을 정하고 다른 동료들과 함께 

가족보다도 더 정다운 하숙생활을 했었다.

 그 인연은 결혼을 한 이후에도 이어져 하숙집을 중심으로 형제와 같은 인연으로 연락은 물론, 장기

적인 모임을 갖고 대소사에 함께 모이는 우정을 과시 했었다.

그 때 하숙집 아저씨가 홍도에 다녀오신 영상을 비디오로 보여 주시는데 저것이 정말 우리 나라에 

있는 풍경일까? 할 정도로 멋지게 다가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홍도는 그때부터 내 마음에 그리움이 되었나보다..

 

 <우리를 태워다 준 쾌속선>

 

<방풍나물이 지천인데 이곳 풀은 함부로 건드리면 안된다는..>

 

홍도는 바위산의 단단한 근육질의 몸매로 객을 맞는다.

우람한 바위들 틈틈이 소나무로 코디한 몸매를 쉬이 보여주기 싫어서 안개로 위장한 모습에서 근심 반 

기대 반의 신비로운 모습으로 내게 다가온 홍도.

내가 가 본 우리땅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홍도는 그런 모습으로 다가왔다.

선착장에 내리자 내륙의 어느 항구보다도 더 붐비는 여행객들도 인하여 내가 과연 절해고도의 작은 섬 

홍도에 온것이 맞는지 의심을 할 정도.

우리가 첫 발을 내딛었을 때 유람선을 기다리는 한무리의 인파속에서 낯익은 얼굴들을 발견했다.

우리 성당에서 열심히 봉사를 하시는 자매님들이 우리보다 한발짝 먼저 홍도에 도착한 모양이다.

이들은 여행사를 통해서 오셨기 때문에 안갯속의 바다유람을 강행한다고 한다.

여행사의 짜여진 일정이라 어쩔 수 없다지만 이 안갯속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풍광을 볼 수 있을까나..

 

<동백나무 숲에서>

 

<속은 세월에 내어주고 껍질로 살아가는 늙은 동백>

 

<당집앞의 늙은 동백>

 

<지은지 얼마되지 않은듯한 당집>

 

우리는 우선 예약된 숙소에 짐을 풀었다.

마을 우측에 자리한 한 모텔은 인터넷 예약의 맹점이 드러나는 본보기였다.

맨 앞쪽에 있어 바다가 가까운 이외에 그 어느 장점도 없는 낙후된 시설.

여행지에서의 안좋은 인상은 얼른 지워버리고 좋은일만 생각하고 좋은것은 보아야 한다. 홍도에서 주어진 

이 짧은 시간인데 우리는 될 수 있으면 한가지라도 더 많은것을 보고 느껴야 한다.

짙은 안개로 좀처럼 제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바다를 포기하고 마을을 돌아 보기로 했다.

아, 그 전에 해야 할일이 있다. 

텅 비어버린 뱃속부터 채우는 일이다.

새벽에 나오느라 아침을 못먹고, 열차가 연착되어 목포에서 먹기로 한 점심도 거른채 천리먼길 홍도에 오니 

시간이 벌써 오후 다섯시가 넘은 시각이다.

마을 왼쪽 입구쯤에 있는 광주식당으로 들어가본다.

그리 반갑게 맞지는 않지만 남도 사람들의 무뚝뚝함속에 베어있는 순박함을 알기에 개의치 않고 선뜻 들어갈 수 있다.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순박속에 내재된 진실성이 있다.

내일 아침까지 이집에서해결하기로 하고 뒷산으로 오른다.

호박과 동백이 어우러져 군락을 이루고 살고있는 마을 뒷산은 인기만  없으면 홍도 바다의 기암괴석을 조망할 

수 있는 천연의 전망대 역할을 충분하 할 수 있을법하다.

오래된 동백나무는 세월에 속을 다 내어주고 텅텅 비었지만 잎사귀의 푸르름만은 아직도 청춘이다.

초미니 공소(천주교 성당의 분소격)에서 미사를 드리기로 하고 주변을 더 둘러보기로 했다.

이 홍도마을은 평지의 정상적인 마을과는 다른 모습들이 많다.

마을은 온통 경사지에 의지하여 축대를 쌓아 집을짛고, 돌담을 둘러서 바람을 막고 있었다.

마을 뒤에는 돌담이 성처럼 둘러쌓인 텃밭에 더덕을 재배하고 있었는데 전에는 민가가 있었던 곳 같기도 하다.

 

 

 

 

 

<아주 작은 성당인 홍도공소>

 

 

<성곽길을 걷는듯한 텃밭길>

 

 

<깃대봉이 운무에 가려있다>

 

 

<여름 햇살이 서쪽으로 물러가고>

 

<제법 넓은 운동장을 가진 홍도분교>

 

 

헌데 가만보니 홍도에는 자동차가 안보인다.

하긴 자동차를 공짜로 주어도 운행이 불가능한것이 경사가 심하고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마을에 길을 내다보니

 경사로와 접근을 일색이다. 

그래서 이곳의 교통수단은 온통 오토바이를 개조해 삼륜차로 만든 짐차들이다.

눈이 쌓인 겨울에는 적잖히 위험할 듯 하다. 뒷산에 있는 작은 텃밭을 빼면 이 마을에는 농토가 없다.

마을서 유일하게 본 평지는 학교 운동장이다.

젊은이가 온통 도회지로 나가 학생수가 몇 안남은 이곳 학교이름은 "흑산초등학교 홍도분교장"이다.

학교 바로 옆에 깃대봉이라는 산이 있는데 우리가 원래 저 산을 오르기로 했었다.

헌데 안개로 덮여있고, 미사를 거를 수 없다는 의견까지 있어서 마을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한 것이다.

마을 뒷쪽으로 가니 자그마한 해수욕장 같은 곳에 포구가 있다.

원래는 모래가 고운 해수욕장이었는데 배를 접안하기 위해 방파제를 쌓은 후부터 바닷물에 모래가 쓸려나가 몽돌만 

남아 몽돌해수욕장이 되었다고..

이곳을 둘러보는 사이 초여름 해가 기울고 있다.

서쪽의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산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해넘이 장면을 보여준다.

이러는 사이 미사시간이다. 허겁지겁 공소로 발길을 돌린다.

 나이가 많으신 공소 회장님의 집전으로 공소예절을 드린 후 바닷가에 늘어선 포장마차 횟집으로 향했는데 실망수준이다.

그래도 어쩌랴..우리가 적응을 하는 수 밖에..

나름대로 좋았던 이야기만 나누며 한잔 한잔 마시는 술에 얼굴들이 가을날 감처럼 익어간다

홍도에서의 첫밤은 그렇게 깊어간다.

 

 

 

 

 

<숙박시설 종합 안내판>

 

201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