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와 함께하는 경기도 화성 당일여행
화성시는 수도권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많은 이들이 접해보지 못한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가 많은 것을 보고 느끼기 위한 것이라면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도시인들이 하루의 여행을 즐기기에 적당한 문화재를 돌아보면서 맛있는 먹거리까지 맛볼 수 있는 화성시 일원을 돌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먼저 화성시의 규모를 보면 서울의 1.2배에 해당하는 면적을 가진 넓은 곳이다.인구 또한 폭발적인 증가추세에 있어서 통계청이 실시한 2010년도 인구주택 총 조사의 통계를 보면 489,000명으로 결코 적지 않은 인구를 가진 도시임을 알 수 있는데 2012년 초에는 60만명에 가깝게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반면에 여행과 관광에 있어서는 제부도와 융건릉,용주사를 비롯한 몇몇 명소 이외에는 거의 알려져 있는 곳이 없어서 시 규모에 비해 빈약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것인 역사상 전면에 부각된 일이 없어서 역사의 중심에 섰던 지역에 비해 상대적인 취약점이 있기는 하나 그 점을 인정하더라도 급격한 산업화의 뒷전으로 밀려난 향토유물의 발굴과 보존에 소홀히 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그나마 지금까지 발굴,보존되고 있는 문화재를 따라 화성 여행을 떠나 보기로 한다.
사도세자와 정조의 유택 – 『융건릉』
융건릉 입구의 향나무 |
융릉의 설경 |
아름다운 산책로 |
서울 사당에서 과천,의왕을 거쳐 서수원에 이르면 남양,비봉으로 나가는 나들목에 이른다. 이곳에서 좌회전을 한 뒤 잠시 후 지하차도를 피해 우회전을 하여 수원대학교 방향으로 10분쯤 달리면 사도세자의 이 잠들어 있는융릉과 부왕의 억울한 죽음을 애석해하며 끝까지 효를 다한 정조의 유택이 있는 건릉에 이른다. 하늘을 찌를듯한 키 큰 소나무와 너른 잔디밭이 웬만한 수목원보다 더한 정취를 자아내는 융릉과 건릉 길을 걸으며 조선왕조 최대의 비극인 사도세자의 죽음에 얽힌 조선왕조 붕당정치의 폐해를 되돌아 보고 나서 융릉 주차장에서 바로 왼쪽으로 난 2차선 도로를 따라 5분만 가면 이 왕릉의 수호사찰인 용주사에 이른다.
융건릉의 수호사찰인 『용주사』
융건릉 표지석 |
정조의 목백일홍(고사된 후의 모습) |
용주동종(화성팔경) |
용주사는 삼국시대부터 있었던 사찰인데 거의 폐허가 되었던 것을 정조가 다시 일으켜 세워 부왕인 융릉의 수호사찰로 삼았던 절이다. 가는 길이 개발의 여파로 다소 산만하지만 예전에는 가로수와 어우러진 이 길의 정취 또한 일품이었다.이 절에는 정조가 심었다는 배롱나무(목백일홍)가 대웅전 앞에 고고한 자태를 뽐냈었는데 관리소홀로 몇 년전에 죽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곳에서 화성팔경의 하나인 용주범종을 보고, 나오는 길 우측에 있는 효행박물관을 들러보길 권한다. 탐방객의 발길로 붐비는 용주사를 둘러봤다면 임진왜란 때 권율장군의 포효가 쟁쟁한 세마대를 들러보자.
임진왜란, 권율장군의 포효가 쟁쟁한 『독산성 세마대지』
독산성 세마대 |
세마대 편액 |
독산성 성곽 |
세마대 또한 삼국시대의 성으로 임진왜란 때 한양으로 진격하던 일본군의 진로를 막아선 피어린 석성이다. 최근에 오산시의 노력으로 성곽을 복원하고 주변을 정화하여 본 모습을 되찾은 성이다. 신한미지앤 아파트에서 정남 방향을 가다가 뱅뱅을 지나면서 좌측으로 다리를 건너 500미터쯤 산길을 오르면 왼쪽으로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에서 100m쯤 산길을 오르면 독산성으로 들어가는 성문이 보인다. 이 성문을 들어가 좌,우 아무 방향으로 돌아도 이삼십분 안에 그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성의 가장 높은 부분에 보적사라는 자그마한 절이 있고 그 뒷쪽에 세마대라는 정자가 있다. 세마대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다. 이 성에 농성을 하고 있는 권율의 조선군을 수만의 일본군이 포위를 하고 입지상 물이 부족할 것을 예견하여 식수가 떨어져 어쩔 수 없이 성밖으로 나오게 되면 소탕 하겠다고 수겹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이에 권율은 기지를 발휘하여 성의 가장 높은 곳에서 흰 쌀을 말에게 부어 말을 씻는 장면을 연출하였다. 멀리서 보면 물로 보이게 하여 물이 풍부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이 작전은 그대로 적중하여 일본군은 포위를 풀고 물러갔다고 한다.여기서 위기를 모면한 권율의 군대는 서울의 수성인 행주산성으로 향하여 행주대첩이라는 역사적인 대승을 하게된다.
이제 세마대에서 권율장군의 기를 받았다면 배가 출출해질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보통리-융건릉간 음식거리에서 식사를
아까 건넜던 다리로 돌아가 좌측으로 방향을 잡으면 정남면의 소재지에 이른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가면 보통리 저수지이다. 이곳 수변으로 산책로를 마련하여 탐방객이 저수지를 한바퀴 돌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저수지 가에는 음식점이 즐비하므로 자신의 식성에 맞는 음식점에서 점심을 해결하면 된다.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호수를 돌아보며 불린 배가 어느정도 내려갔다면(또는 융건릉 맞은편 길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음식점으로 와서 점심을 해결하는 것도 괜찮다.) 다시 융건릉쪽으로 달린다.
천연기념물 제 호 화성 『공룡알 화석지』
화석지의 봄풍경 |
공룡알 화석(모형) |
화석지의 가을 |
융건릉 사거리에서 좌측으로 가면 과천-서수원 고속도로 나들목 까지는 맨 처음 왔던 길로 가게된다. 여기서 계속 남양 방향으로 달리게 되면 화성시의 소재지인 남양을 지나 송산면 소재지인 사강에 이르게 된다. 공룡알 화석지를 알리는 상징물이 보이면 우회전을 하여 사강으로 들어가도 되고, 500m쯤 더 가다가 우회전을 하여 고정리 방향으로 가도 된다.(난 개인적으로 이 길을 선호한다.) 이 방향으로 직진을 하여 계속 달리면 우측으로 고정초등학교를 지나게 되고 이어서 KBS 송신소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죄회전을 한다음 바로 우회전을 하는 좁은길로 들어선다. 이 길이 최근에는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지만 고속도로 공사중이라 다소 산만해졌을 것이다. 송신소에서 5분정도만 가면 우측으로 공룡알 화석지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서 머언 옛날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은 각종 드라마의 야외 전투씬을 촬영하는 명소이기도 하다. 탐방은 해설사의 설명을 듣으면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수도권에서 보기드문 가슴 트이는 『시화호 드라이브코스』 달리기
공룡알 화석지를 가는 갯벌도로의 뒷쪽을 보면 멀리 어섬(어도)이라는 섬이 보일 것이다. 비포장의 넓은 갯벌도로를 달리거나 공사로 통행이 불편하다면 들어갔던 길을 다시 나와 사강리를 들어설 무렵 우측 마산포 방향으로 들어가면 양쪽으로 늘어선 포도밭의 단내를 느끼며 송산포도의 주산지를 달리게 된다. 이 길의 끝이 시화방조제가 바닷물을 막기 이전에 수도권 일대의 맛객들에 의해 호황을 누렸던 마산포구이다. 마산포구를 지나 우측길로 들어서면 좌측의 어섬으로 들어가는 길과 만나게 되고 바로 달리다 보면 왼쪽으로 끝이 안보이게 곧게뻗은 길을 만나게 된다. 이 길이 최근 나의 스트레스 발산용 도로이다. 이 도로는 시화호 내부에 또하나의 호수를 만들어 육지를 만드는 둑이자, 공사용 도로인데 양쪽으로 너른 호수를 끼고 달리기 때문에 도시생활에서 묵은 가슴속 때를 벗겨내기에 손색이 없다. 다만 과속 방지턱이 높으니 과속에 주의하고 운전에 조심을 해야 할 것이다. 이 도로를 달리다 보면 우측에 바닷물이 드는 시화호와 민물로 바뀌고 있는 우측의 담수호에서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이 무척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의 차량과 황단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거대한 풍차가 있는 곳으로 가면 우측으로 시화호를 건너서 안산방향으로 가는 길과 좌측으로 대부도를 지나 화성으로 가는 길을 만난다.
좌측으로 방향을 잡으면 세개의 섬을 이어 대부도가 된 땅을 고스란히 밟으면서 화성의 전곡항까지 이어진다. 대부도는 主島인 대부도와 이어진 선감도, 그리고 탄도를 둑으로 이어 대부도라고 한다. 고개에서 우측을 보면 탄도의 누에섬과 이어진 바닷길 가에 거대한 풍력발전용 풍차가 겨울바람에 날개짓을 하고, 그 왼쪽 바다에는 아름다운 요트들이 햇살에 빛나고 있는데 이곳이 카누대회로 세상에 알려진 전곡항이다.
삼국시대의 고성인 『당항성』
당항성 남벽 |
전곡항을 둘러본 다음 가던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제부도,궁평리 방향으로 가는 2차선 도로로 들어선다. 하내테마타운을 우측에 두고 고개를 넘어가면 막다른 삼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우측은 제부도 방향이고, 좌측은 남양,수원,궁평리 방향이다.이곳에서 좌회전을 하여 계속 가다보면 우측으로 서신면 소재지인 매화리를 두고 2차선 옛길이 둘로 나뉘는데 가던 방향으로 가면 사강쪽으로 가는 길이고, 핸들을 바짝 꺾어 우측으로 가면 궁평리 방향이다. 사강쪽으로 조금 더 가다가 나뉘는 길에서 직진(진행방향)을 하여 고갯길을 오르다가 좌측으로 신흥사 입구가 나오고 연이어 당항성을 오르는 팻말이 보인다. |
1차선의 좁다란 산길을 자동차로 2분정도 오르면 당항성 주차장에 이른다.
당항성은 3국시대 또는 통일신라 시대에 축조한 옛성으로 추정되는데 그동안 구체적인 연구를 하지 않아서인지 설명이 미흡하다. 요즘들어 복원공사를 하고 있는데 정확한 검증에 의해 하고 있는 것인지 미심쩍은 부분이 있지만 이 성의 복원이 완공되면 가족나들이에 꽤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 후기의 전통가옥 『정용채 가옥과 정용래 가옥』
정용채 가옥 전경 |
정용채 가옥 바깥채 |
정용래 가옥 전경 |
당항성 답사를 마치고 왔던길을 되돌아 내려간다. 이 길은 궁평리로 가는 길.
서신면사무소를 왼쪽으로 두고 달리다 보면 백미리 입구를 지나게 되고 해안초등학교를 왼쪽에 두고 지나게 된다. 해안초등학교를 지나면서 고갯길의 흔적이 남은 곳 즈음에서 왼쪽 마을길로 접어들면 이곳이 해안리와 인접한 궁평리의 시작이다. 마을길로 접어들어 300m 쯤 들어가면 정용채 가옥이라는 팻말을 만나게 되고 그 팻말이 가리키는 곳으로 올라가면 눈이 번쩍 뜨일만한 대 저택을 만나게 된다. 이 가옥의 이름이 정원채 가옥인 이유는 원래의 주인이 정원채라는 분에게 집을 팔았기 때문에 얻어진 이름인데 원 주인의 내력에 대해서는 설명된 부분이 없다.
대문을 들어서면 현재의 집주인이 살고 있기 때문에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면 집의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다. 조선 후기의 양반가옥이라기 보다는 대농의 가옥으로 볼 수 있는 이 집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마을에서 높은곳에 위치한 이 집앞에서 넓게 펼쳐진 들녘을 바라보면 이 집을 지은이가 가진 당시의 경제력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고래등 같은 55칸 기와집을 답사했으면 아래쪽에 자리잡은 정용래 가옥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조선시대 중농의 가옥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이 집은 기와를 얹어도 충분할만큼 튼실한 목재를 사용했으면서도 초가를 얹어놓은 멋진 농가이다.
잘 짜여진 구조의 농가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아득한 옛기억을 떠올려 보는 일도 여행지에서 얻을 수 있는 특혜일 것이다.
돌아오는 길의 낭만도 무시하지 말자.
궁평포구에서 본 화옹호 배수갑문 |
화옹방조제 드라이브길 |
화옹 담수호 |
정용채 가옥에서 기품을 얻고, 정용래 가옥에서 향수를 얻었다면 달리던 길을 조금 더 달려 갯내음 그윽한 궁평리 바닷가에서 싱싱한 회 한 접시로 오늘의 여행을 정리해보자.
회센터 1층에서 싱싱한 횟거리를 고른 다음 2층으로 오르면 눈앞에 평화로운 서해바다가 가득 펼쳐진다. 이곳은 경기만의 북쪽 끝으로 저멀리 바다건너 남쪽 당진땅의 당진 화력발전소가 건너다 보이는 곳이다. 그 중간에 놓인 국화도와 등대섬 잎파도를 건너다 보며 머릿속에 지도를 그려보는 것도 괜찮은 여행의 별미이다.
[교통]
돌아오는 길은 궁평리와 매향리 사이의 바다를 둑으로 막아 길을 낸 화옹방조제를 건너 매향리에 이르면 좌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기아차 카렌스센터를 지나 굴다리가 나오면 좌회전을 하여 새로난 도로에 오르게 된다. 이 도로를 달리다가 만나는 교차로에서 군포쪽으로 가도 되고 더 진행하여 수원쪽으로 가도 된다
[여행팁]
하내테마마을을 지나 좌회전을 하지않고 제부도 방향으로 우회전을 하게되면 제부도 입구에 이르는 동안 여러가지 먹거리를 만나게 된다. 이곳을 지날 즈음에 속이 출출하다면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 이곳에 인용한 사진은 모두 본 블로그에 소개된 사진을 발췌한 것임.
'대청 여행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창포 가던 날(오천항과 이지함선생 묘) (0) | 2012.06.01 |
---|---|
봄비 머금은 담양 죽녹원을 걷다.(2012.3.16) (0) | 2012.03.18 |
다시 일어설 백제의 찬란한 문화- 정림사지 박물관(2011.12.14) (0) | 2011.12.16 |
영원한 상록수, 심훈의 필경사 (0) | 2011.12.05 |
내 꿈속의 풍경이 이곳에 있었네 - 구례 사성암(2011.11.5) (0) | 2011.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