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긴글 모음

그리운 학교길-두번째 이야기

대청마루ㄷ 2005. 7. 4. 10:36
새벽에 일어나서 뛰는 듯 바삐 걷는 걸음으로도 두시간 남짓 걸리는 학교길.
뜨거운 밥을 식혀 먹느라 찬물에 말아먹는 일은 늘상 있는 일이었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시간이 되면 동구밖으로 모여든 네명의 까까머리는 신새벽 찬 이슬을 털며 이십리 학교길을 정답게 걸었다.

신발은 너무도 잘 닳는 운동화 대신 시커먼 통고무신이었고,운동화는 교문앞에서 갈아 신었지.
뛰어오다 보면 벌써 꺼져버린 배를 채우려 가방엔 으례 고구마 한두개쯤 상비되어 있었던거고..

친구야!
넌 기억하니?
우리가 항상 다니던 지름길... 그 잔잔하던 물살이 여름 장마에 불어 시뻘건 황토물로 변해서 우리 발길을 붙잡으면 가방을 먼저 던져 놓고,우리는 멀리뛰기를 해서 그 물을 건너곤 했었지.
가방 가운데 칸에 넣었던 잉크병이 거꾸로 미끄러져 내려와 물속에 빠져버린걸 못내 아쉬워하던 너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구나.
그래도 안될만큼 물이 불었을땐 그 머나먼길을 돌아서 학교에 갔는데,교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가해지는 규율부 선배들의 기합을...
얼마나 많은 날들을 우리는 그 자연과 기합과 배고픔들과 싸워야 했는지..

우리가 다니던 학교길에는 세개의 공동묘지가 있었다.
그 옛날의 공동묘지에는 웬 사연도 그리 많은지 한으로 뭉쳐진 묘지여서 그 무서운 귀신 이야기는 어린 우리를 항상 괴롭혔었지.
난 그때 주번장이라는것이 제일 쓰기 싫은 감투였다.
주번장일을 마치고 집에가는 길은 정말괴로운 일이었지.
모두가 가버리고 밤중에 홀로 걷는 산골길, 그것은 외로움과 무서움이 섞여진 고통의 길이었다.
홍수로 한쪽이 무너져버린 주인없는 무덤에 난 구멍. 그 구멍은 밤이 되면 더 크게 다가와서 안볼려고 고개를 돌려도 끝까지 따라와서 결국에는 그 흉한 모습을 보여주고야 마는 그 야속한 무덤.

혼자 걷는 아이는 두려움에 머리가 하늘로 솟은채 발걸음은 허공에 뜬듯 도무지 갈피를 잡을수 었었다.
그 순간 세상의 온갖 귀신이란 귀신은 다 생각나고, 어디선가 금새 나타날 것 만 같은 귀신 생각에 호흡까지 불규칙했었지.
한번은 어느집 밭에서 하얀옷을 입은 귀신이 희롱을 하길래 용기를 내어 돌맹이를 수없이 던졌다. 그런데 돌맹이에 맞은 그 귀신에게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났던거야.
더욱 용기를 내서 다가가 보니 그 귀신은 다름아닌 허수아비였던거지.
화가난 나는 그 허수아비를 갈기갈기 찢어 버렸지.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서 혼자서 웃곤 하는 추억이란다.

그때의 그 경험들이 쌓여서 이제는 어떠한 밤길을 걸어도 무서운 생각은 안든단다.
아니면 내가 벌써 인생을 그만큼 살아버린 결과인지도 모르지만...
이제 그 모든일들이 추억속에 각인된 아름다운 앨범이 된 지금 난 너를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