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일기장

강촌의 추억

대청마루ㄷ 2005. 7. 25. 16:23

아마도 1978년이나 1979년이었지?

에고..나도 몰라..

내가 그런것 까지 다 정확하게 기억할 정도믄

지금 이렇게 살고 있겠어?

암튼 좀 오래된 이야기야!!

 

온통 산골이 고향인 우리 촌넘들은 도서관에서 아주 형제처럼 먹고자고 하면서

무지무지 친하게 지내온 몇년에 그동안 촌티들 많이 벗겨지고

제법 도시스런 언어를 구가하게 됐지.

밥먹었니?

양치질 했니?

이정도는 아니더라도 밥묵었냐? 가 밥먹었냐? 정도로 세련됨에 스스로 놀랄 정도로..

 

이 어설픈 악동들이 떠돌아 다닌곳 많고 많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곳이

아마도 강촌 아닐까 해..

그 시절 기차타고 어디 가면서 기타하나 어깨에 매지 않으믄 완전

나는 촌놈이오~~~

하던 시절이라 울 누나가 강습받느라 없는돈 긁어다가 꾸역꾸역 마련한 기타를

슬쩍 (빌려다가) 열 세놈이서 춘천행 기차를 탓던거지.

그 때 아주 빈티나는 넘 말고 그냥 먹고 산다는 넘들은 텐트도 돔형 테트로 갈아치우고

그 기념으로 야영을 오던 시절인데

우린 사실 꿈도 못꾸던 물건이었지.

그래서 상빈이라는 폼잡기 좋아하는 선배한테 사정을 해서 A자 텐트 달랑 하나 가지고

열 세명의 대 가족이 호기좋게 강촌을 찾았던거야..

지금 생각하면 완전히 거지꼴이겠지만 그때는 그저 떠난다는 그 한가지 이유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웠던지~~

 

한강물과 나란히 달리는 열차안에는 형형색색의 바캉스 차림으로 치장을 한

청춘 남녀들의 열기가 가득하고, 차안은 발디딜 틈도없이 피서 인파로 붐비는데

어디선가 기타연주가 시작되고 하나둘씩 그 반주에 따라 부르는 노래.

아마도 그 노래였을거야..

"조개 껍질묶어, 그녀의 목에걸고.."

그러믄 어떤넘은 "살모사 껍질벗겨, 그녀의 목에걸고.."

하면서 익살을 떨어 좌중을 웃겼었지.

그 노래의 하일라이트가 아마도 "그녀는 깜짝놀라, 내 품에 안기겠지.."

였던걸로 기억해..

 

의자에 궁디한번 못 붙이고 덜컹거리며 가는 여행이었지만

노래 몇곡에 강촌까지 가는동안 다리 아픈줄도 몰랐지.

얼떨결에 내린 강촌은 그야말로 환상이더구만.

역사 바로 앞이 시퍼런 강물에 저쪽으로 건너는 현수교가 있고

현수교 아래 물놀이로 즐거운 청춘 남녀들의 괴성!!!

 

현수교를 건너면서 뒤돌아 본 강촌역사의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절로났지.

깍아지른 절벽에 아치형의 기둥을 의지해 만든 유럽풍의 역사라고나 할까?

참 촌스런 청춘들의 강촌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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