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일기장

강촌의 추억-세엣

대청마루ㄷ 2005. 7. 28. 14:46

참 옹색한 텐트.

첫 날 일곱에서 둘쨋 날 열셋으로 불어난 대 가족이 들어갈 틈도 없지.

나쁜넘들!

나중에 올려면 텐트나 가지고 올일이지 이렇게 마구잡이로 몰려들믄 어카란 말여?

낮에는 대충 햇볕만 피하면 되는데 밤이되면 이슬 피하는 일이 보통 고역이 아니구만.

 

낮에는 죽어라 물장난치고,해가 중천에 있는데도 술판이 시작되었다.

옆 텐트에서 이상한 음식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생전 처음 맡아 본 냄새인데 역겹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다.

 

우리중에 좀 잘사는 집의 아들넘인 성환이가

"야 우리도 카레 해먹을까?"

그러더니 무슨 봉지에서 노오란 가루를 쏟아낸다.

그렇잖아도 저 고약한 냄새땜에 속이 울렁거리는데 하필이면 그런걸 먹다니..

하지만 어쩌랴.

촌티내기 싫어서 그저 맛있는척 먹어주는 수 밖에..

그때는 참 비위도 좋았었다.

아무리 싫은음식도 잘만 넘겼으니.

 

어제 먹은 카레가 속을 건드렸는지 아침부터 아랫배가 화장실을 가자고 보챈다.

뱃속에서는 벌써 뇌성이 쟁쟁한데 가게옆 화장실은 발을 디딜수도 없다.

푸세식 화장실이 그나마 인분으로 넘쳐나서..에고..

 

언덕을 올라 2차선의 길을 건너서 산비탈로 달린다.

아카시아 숲을 헤치고 오르니 비탈진 곳에 겨우 엉덩이 하나 감출만한 곳이 나온다.

곳곳에 실례한 흔적이 지뢰밭이다.

걸음을 옮길때마다 똥파리 떼가 윙윙거리니 원..

나무등걸을 잡고 뒤로 안구를려고 안간힘을 겨우 쓰는데

"네 이놈들!! 이 산이 니놈들 똥싸라고 있는지 아냐 이놈들아!!"

에고..똥싸다 쫓겨보기는 난생 첨이네..

그 아저씨의 무기는 정말 무서웠다.

쇠스랑으로 금방이라도 요절을 낼 듯..

그때 맡을 닦았는지 안닦았는지 지금도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하긴 저 주인아저씨 입장에서는 화가 날만도 하구만.

도망치면서 보니까 도무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곳곳이 지뢰밭이니 산 주인이 산에 들어가지도 못할 지경이라..

 

그럼 여자들은 어떻게 해결 했냐고?

건 나도 모르지..

물속에서 묘한 자세로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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