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공장은 24시간 쉬임없이 돌아가는 기계때문에
사람또한 24시간 교대근무를 한다.
그런데 야간근무를 하다보면 저녁식사를 하는일이 그야말로
일 자체가 된다.
한조가 2인이라서 근무처를 잠시도 비워둘 수 없는 근무 특성상
둘이서 같이 나가서 먹고 들어올수도 없고
한사람씩 교대하기에도 부담이 가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근래 몇개월 동안은 노후된 건물의 리모델링을 한답시고
멀쩡한 곳이 한군데도 없이 부수고 다시 덫씌우느라
밤에는 통행조차도 불편한 지경.
그래서 가까운 음식점에 밥을 배달시켜도 이런 사정을 아는 집이면
온갖 핑계를 대어 안올려고 한다.
더군다나 내가 근무하는 4층이 사무동의 7층과 맞먹는 높이라서
엘리베이터도 없는 어두운 계단을 그 무거운 밥그릇을 들고
오르내리기가 여간 고역이겠는가.
헌데 단 한 집.
예외인 식당이 있다.
공장 후문근처에 있는 식당인데 그 집 만큼은 여타 식당과 다른점이 있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우리의 배달주문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다행인것이 그 집 음식은 음식 맛까지 좋아서 여간 다행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렇게 한결같은 그 집이고마워서
어쩌다 몇명이서 저녁을 먹는다든가 퇴근 후 소주 한잔이 생각나면
그 보다 분위기 좋은곳을 마다하고 그 집을 찾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감동을 느낄정도로 헌신적인 그 집에는 어떠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래 바로 그것이다.
어떠한 일에건 이유가 있는 법인데 그 집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어떤 한사람의 희생이 바탕이 됨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주인 아주머니의 몸을 아끼지 않는 노력 때문이었던 것이다.
젊은 종업원들이 꺼리는 배달을 주인 아주머니가 도맡아 해 왔던 것이다.
그 아주머니가 주인임을 안것도 최근의 일인것이
전혀 주인 행세를 하지 않아서였다.
얼마나 수수하고 낮은 자세이면 손님들이 주인과 종업원을 혼동해서
대할 정도이니 말이다.
우리가 하도 고생을 시켜 드리는것 같아 우리때문에 고생하신다는
말을 했더니 그 아주머니 왈
"저 운동시켜 주셔서 오히려 고마운걸요..저희집 음식 맛있게만 드셔 주신다면
그보다 고마움이 없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손님이 돈을내고 음식을 먹으면서도 오히려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이 주인 아주머니야 말로 참으로 멋진 오너의 마음 아닐까?
그러고보니 이 집 음식이 맛깔나는 것이 이렇게 맛깔나는 주인의
마음에서 빚은 것이라 그러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오랜시간 그 고마움을 잊고 살았는데
올 설날엔 아니, 설날이 아니더라도 어떻게든지 이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
값 싼 양말 한컬레로라도 말이다.
(2004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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