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저녁 일곱시에 모이기로 했다는데 이제 출발해도 될까?
전화를 걸어본다.
다 모였는데 지금까지 뭐하고 있어?
그래? 그럼 이제 출발한다.
오후 다섯시가 되어 부랴부랴 출발하는 이의 행장이 온전할리가 없다.
주섬주섬 대충 챙겨서 부르릉~~출발이다~~
아니, 이시간에 출발하는 차들은 왜 이렇게 많은거야?
용인에서 여주까지 가는동안 차들은 아주 거북이 걸음이다.
하지만 올라가는 길이 있으면 내려가는 길도 반드시 있는 법.
남한강을 건널 때 쯤에는 오히려 과속을 경계해야 할 판..
만종 분기점에서 우측으로 꺾어 중앙고속도로를 달린다.
치악산의 맞은편 산봉우리를 연결하면서 이어지는 그 도로는
드라이브만으로도 기분좋은 도로이다.
사실 이 도로를 내면서 파헤쳐진 산하를 생각한다면
그리 기분좋은 일도 아니지만..
제천에서 영월로 이어지는 38번 도로는 고속도로 못지않다.
수원에서 영월까지 두시간 반이라니..
참으로 가까워진 심심산골이 아닌가?
영월에서 십여분 거리에 고향 친구들이 얻어놓은 팬션이 있었다.
팬션이라는 것이 사실 이름만 바꾼 민박집 아닌가?
[▲사진은 영월에서 어라연 방향으로 가다가 어라연과 삼옥이 나눠지기 전의 한 유원지 풍경이다]
삼옥이라는 마을에 있는 팬션에 도착하니 이미 거나하게 취해있는 친구들이 꼭 그 옛날의
개구쟁이들 모습이다.
어느덧 반백의 초로가 되어있는 그 조무래기들..그들 모습에서 나를 발견한다.
식은밥과 식은고기,식은 소주가 지각생을 반긴다.
고향 친구들..그저 얼굴만 봐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촌냄새 물씬 풍기는 녀석들..
싫다는 아내를 억지로라도 끌고올걸,,, 두고 온게 아쉽다.
다들 부부동반이라..
권커니 받거니 영월땅에서의 첫 밤은 그렇게 저문다.
다음날은 대망의 레프팅을 하는 날이라 일찍들 일어난다.
우리의 코스는 14Km란다.
동강 레프팅 중에 가장 먼 거리라나?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만도 한시간이 소요되니 멀기는 먼가보다.
우리의 출발점은 정선의 미탄면.
출발지에 도착하니..아니 이거야 원..
이건 레프팅이 아니라 무슨 궐기대회?
그동안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레프팅을 즐겨왔나?
구명조끼 입고 몸풀고 고무보트에 오르고..
급류를 만나면 힘차게 노를 젖고..
동강의 숨겨진 비경들..탄성의 연발..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푸른 강물위에 띄워진 형형색색의 고무보트와
구명조끼들..
젊은이는 젊은이들대로 즐겁고,중년은 중년대로 행복하다.
레프팅의 재미는 모르는 보트와의 물쌈이란다.
어릴적 개울에서 닳고닳은 몸들이라
몰려드는 적선마다 물세례로 퇴치를 한다.
어라연(漁羅淵)..
물고기가 비단을 이룬 연못인가?
참으로 비경은 비경이다.
기암괴석뿐인가?
푸른물이 소용돌이 치는 강심에 뜬 예쁜 바위섬들.
이 바위섬 중 세개의 커다란 섬을 삼선암이라 한다는 가이드의 설명.
맨 위의 섬이 상선암,그담이 중선암,그담이 하선암.
바위마다,소마다 사연도 많다.
거북바위와 손바닥바위에 얽힌 전설.
그옛날 거북이가 어라연의 물고기를 하도 먹어대서 덩치가 지금의 거북바위와 같이
커졌는데 그를 다스리는 스님께 미움을 얻어 스님이 거북의 머리를 손으로 쳤다.
거북이 머리를 속으로 쏙 들어가고 건너편 바위절벽에 거북의 피가묻은 손을 닦으니
바로 강심에 있는 거북바위와 붉은 손바닥 모양의 손바닥 바위의 이야기란다.
연못처럼 잔잔한 물길을 지나면 화가난 듯 마구 소용돌이 치는 급류가 기다리고..
선경이 따로 없다. 무릉이 어딘가?
바로 이곳이 무릉이지!!!!
하지만 모든 소지품을 두고온 탓에 그 흔한 사진한장 남기지 못했다..
그저 눈속에 담고 올 수 있음에 그나마 다행일 뿐..
늦은 점심을 먹은 우리는 뿔뿔이 흩어진다.
서울로,인천으로,대구로,전주로..
나는 아쉬움의 끝을 단종의 비사가 얽힌 청령포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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