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향기

단종의 한이 흐르는 서강과 청령포

대청마루ㄷ 2005. 8. 16. 12:09

조선왕조 최대 비극의 주인공인 단종의 애환이 서린 청령포를 찾았다.

예년 같으면 조석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 문앞에 가을이 왔음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때이지만 올 여름은 유난히도 일찍 왔다가 물러가는데도 늑장을 피운다

이 무더위에 홀로여행이라..

웬만한 곳이라면 다음을 기약하며 훌쩍 귀로에 올랐겠지만 그동안 참으로 마음속

연인처럼 그리워했던 그곳이라 무더위를 무릅쓰고 찾아 보기로 하였다

 


 

절기로야 여름의 끝이라지만 아직 수그러질 줄 모르는 열기로 온 몸이 땀으로 흥건하다.

주차료 1300원과 입장료 1000원을 지불하고 배에 오르니 도선시간 2분만에 강을 건넌다.

 


 

왕위를 찬탈 당하고 유배 온 단종이 기거했다는 집(어소)이다.

오른쪽에 폼나게 지어진 기와집이 있는데 아무래도 유배온 폐왕의 집이라곤

믿겨지지 않는 규모이고..

 


 

원래 있었던 어소는 흔적이 없어지고 후대에 어소의 흔적을 찾아 세워둔 비석이

그시절의 위치를 말해주고 있다.

 


  

3면이 강물로 둘러쳐진 이곳은 그시절 참으로 무서운 유배지였을 것이다.

아름다운 강물을 굽어보는 노송은 가신님의 원한을 기억 하는지..

 


 

단명하신 부왕의 뒤를 이어 조선조 여섯번째 왕위에 오른 단종은

호시탐탐 왕위를 넘보던 숙부 수양대군의 세력앞에 그야말로 단풍처럼 떨어져

그당시 첩첩 산중의 불모지였던 이곳에 유배를 당한 것이다.

  


 

삼면이 넘실대를 강물이고 뒷쪽은 바위로 막아선 험산이라

그 당시 지키는 군졸이 없었더라도 열두살 어린 소년이 이곳을 탈출 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니었을까?

 


 

단종의 비극을 보고 들은 나무라 해서 붙여진 이름 觀音松이다.

단종이 나무의 밑둥의 갈라진 사이에 앉아서 놀기도 하였다는

이 나무의 수령은 600년 쯤 된다고 한다.

 


 

 


 

단종이 왕비 엄씨를 그리며 쌓았다는 망향탑으로 오르는 길이다.

때맞춰 피서차 온 광광객들의 발길에 나무 밑둥의 흙이 패어나가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유유히 흐르는 저 강물은 그날의 피어린 역사를 기억이나 하는지..

 


 

망향탑에서 바라본 서강의 모습이다.

 


 

 바위 절벽 위 전망이 가장 좋은곳에 자리한 노산대이다.

노산군으로 강봉된 단종이 자주 올라 시름이 잠기었던 자리라는 설명이 가슴에 다가온다.

 


 

노산대에서 내려다 본 서강의 물줄기.

이 물이 청령포를 호위하면서 좌측으로 휘돌아 흘러 동강과 만난다.

버려진 단종의 시신이 물길을 타고 떠내려가 동강과 만나는 지점에서 기다리던

영월의 엄씨부인이 시신을 수습하였다고 한다.

그때가 음력으로 10월23일이던가?

때는 초겨울이라 땅이얼어 땅을 팔수가 없어 발을 구르는데

때마침 노루 한마리가 놀라 달아난 곳을 파보니 온기로 녹아있어 그곳에 유해를

모셨다고 전해온다.

  


 

노산대 옆의 바위에 난 부처손이다.

1급 청정지역의 바위에서만 자생하는 이 부처손이 잘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인데 사람의 손길을 타는 길목이라 걱정이 된다

 


 

금표비.

이곳에 일반백성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세운 이 비석은 후대의 영조대에 세웠지만

단종시절에도 이와같은 제약이 있지 않았을지..

동서 삼백척,남북 사백구십척을 경계로 한다는 내용의 비석이다.

 


 

참으로 맑은 자연속에 가득한 잡초사이 잘려진 노송의 등걸이 보인다.

저 노송은 어떤 사연이 있길래 장구한 세월을 지켜오던 몸을 인간의 손에 빼앗겼을까?

 


 

금표비 옆의 어여쁜 노송이 서강물에 허리를 굽혔다.

 


 

단종의 애사는 여러 소설이나 영화로도 많이 제작되고 전해진다.

또한 서울에도 그날의 역사를 간직한 많은 유적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의로운 여섯 신하의

잘려진 머리가 묻혀있는 사육신 묘.

아직 그곳을 참배하지 못했음이 문득 떠오른다.

멀지도 않은 곳인데..

국립묘지 가는길에 들러서 와도 되는것을..

 


 

단종의 발길을 묶었던 한많은 서강의 물위로 연락선이 분주하다.

단종의 한이 흐르는 강.

저 연인의 마음속에는 이 슬픈 역사가 어떤 색깔로 새겨질지..

 


 

저 태양은 이런 아귀다툼의 세상을 예나 지금이나 말없이 비춰주고 있는데..
집으로 향하는 발길을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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