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시간적인 여유가 주어져도 어디론가 떠나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 성격.
이런것을 흔히 방랑벽이라고 일컫던가?
카메라 삼각대의 플라스틱 부분이 모조리 부러져 버릴 정도의 강추위에 혼쭐이 난 우리는 얼큰한 순대국으로 아침 허기를 달래고 나서 서해안으로 달렸다.
우리가 서해로 달리면 보통 가는곳이 일차로 한진포구이다.
서해대교의 육중하고도 아름다운 라인과 뭍으로 한참이나 들어와 항상 평화로운 경기만이 어우러져 가경을 자아내는 풍경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음표를 닮은 어여쁜 등대는 오늘도 바알간 홍조를 띄고 길손을 반긴다.
한진포구에 들어서니 서해대교 아래에서 떠오르는 해돋이를 맞는 행사를 방금 끝낸 모습이다.
이곳은 연탄을 수십개씩 쌓아 추위를 달래며 앞에는 무대까지 세워 제법 규모있는 행사를 치룬 모습이다.
하지만 호주머니에서 손을 꺼내기가 무서울 정도로 엄습하는 추위에 사진 같은건 찍기도 싫다.
아직도 타고있는 연탄불에 손을 좀 녹이자니 엉덩이가 시려오고..
이내 차에 올랐다.
한보철강에서 성구미에 이르는 광활한 땅은 이미 현대하이스코의 거대한 공장으로 변해있었다.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사가 소문도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성구미에서 석문방조제쪽으로 난 바닷가 비포장 길을 가자면 항상 아쉬운 풍경에 마음이 아프다.
오늘도 끊임없이 바닷모래를 끓어올려 골재를 만드는 흉물이 있다.
얼마나 많은 모래를 퍼 올렸는지 그 일대 바다에는 모래가 없고 온통 바윗돌들 뿐이다.
저 먼 바다건너 화성 해안의 모래까지도 딸려간다고 한다.
하긴 매향리 앞바다를 가보면 다 알 수 있는 일이다.
모래가 떠난 자리에는 날세운 바윗돌들이 남아 또 다른 생물들의 안식처가 되어주고..
저 배는 사시사철 바닷모래를 퍼올리는 공장이다.
모래가 떠난 자리에는 더이상 떠날 수 없이 박혀있는 갯바위가 망부석처럼 자리를 지키고..
용무치항의 아름다운 해돋이를 가로막고 들어선 이 건물이 오늘도 미워진다.
내가 미워한다고 고쳐질 바가 아니기에 가던길을 달려 대호방조제를 향한다.
대호방조제 안쪽에 거대한 농지가 조성되고 농경을 위한 신작로가 놓이면서 또하나의 드라이브 코스가 만들어졌다.
차가운 바람에 일제히 몸을 비트는 억새들의 사열이 멋져 보이는 차창밖의 풍경이다.
억새는 속삭인다.
알 수 없는 그들만의 대화로 바스락거리며 바람의 시새움에 응수한다.
날카로운 잎새로 서로 부대끼면서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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